레딧괴담번역|우리 집의 모든 틈을 막으려는 아내

❚ CASE FILE #020

공포도

★★★★☆
유형
심리 / 미스터리
출처
👾 Reddit

 

처음에는 사소한 것부터 시작했다.

 

“여보, 조리대랑 냉장고 사이가 너무 넓어. 음식물이 거기로 떨어질 수도 있잖아.”

 

그래서 우리는 그 공간을 막기 위해 조리대를 연장했다.

 

다음은 냉장고와 그 위쪽 수납장 사이의 틈이었다.

 

고작 몇 인치밖에 안 되는 공간이었지만, 아내는 말했다.

 

“저기 먼지가 쌓일 거야.”

 

아내가 원래 이렇게 깔끔을 떠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먼저 말해둬야겠다.

 

오히려 아내는 손재주가 좋은 쪽이고, 우리 부부 중 깔끔한 사람은 나다.

 

게다가 이런 자잘한 집수리는 대부분 아내가 내 도움도 거의 받지 않고 직접 했고, 나는 뒷정리 정도만 도와줬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내가 가스레인지와 조리대 사이의 틈까지 처리하고 나자 주방은 꽤 빈틈없이 정리된 것처럼 보였다.

 

나는 이제 이걸로 끝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뒤, 아내가 TV와 게임기를 올려놓을 새로운 장식장을 사고 싶냐고 물었다.

 

“지금 있는 건 뭐가 어때서?”

 

우리는 소파에 편하게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아내가 중얼거리며 계속 무언가를 바라봤다.

 

장식장을.

 

정확히는 장식장의 다리가 바닥에 닿아 있는 부분을.

 

“뭐가 있는데?”

 

내가 물었다.

 

“고양이들…… 고양이 장난감이랑…… 먼지…… 전부 저기에 쌓이잖아.”

 

“그 틈이 신경 쓰이는 거야?”

 

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너무 더럽잖아!”

 

“여보, 당신 원래 먼지 같은 거 신경도 안 쓰잖아. 손톱을 보면 맨손으로 정원이라도 판 사람처럼 되어 있으면서, 아직도 손톱을 물어뜯고 있잖아……”

 

아내는 입에 넣고 있던 손가락을 빼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아내는 정말 멋진 사람이지만 동시에 꽤 털털한 편이다.

 

‘자연스러운’ 흙이나 먼지는 깨끗한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조리대의 ‘자연스러운’ 더러움을 없애려고 사용하는 세제 같은 화학제품은 싫어한다.

 

우리의 청결관이 얼마나 다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말했다.

 

“저 밑에 먼지나 때가 있는 걸 당신이 신경 쓸 리 없잖아. 나도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하고. 그런데 왜 갑자기 틈에 집착하는 거야?”

 

“그냥…… 뭔가 본 것 같아. 벌레였나 봐. 작은 구슬 같은 눈으로 나를 빤히 내다보는 무언가.”

 

“여보, 벌레는 없어. 알잖아. 나 모서리랑 틈새에 약 엄청 뿌리잖아.”

 

“아…….”

 

아내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말했다.

 

“그냥 틈이 너무 넓은 게 싫어. 누군가 저 안으로 기어들어 갈 수 있을 것 같잖아.”

 

“누가 저기로 기어들어가. 고작 10센티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데.”

 

“알겠어.”

 

아내가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나중에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장식장에 새 나무판이 덧대어져 그 틈이 완전히 막혀 있었다.

 

솜씨는 깔끔했다.

 

아내는 목공을 정말 잘한다.

 

새로 붙인 나무는 종류가 달라 색깔도 달랐고, 그게 틈보다 훨씬 더 내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하지만 나중에 아내가 말했던 것처럼, 적어도 이제 그 밑을 청소할 필요는 없을 테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가 소파에 앉아 있을 때 아내가 얼굴을 찡그리기 시작했다.

 

 

가끔씩 이상한 표정을 짓고, 소파와 벽 사이의 거리를 확인하려고 몸을 기울이기도 했다.

 

나는 결국 아내에게 이야기 좀 하자고 했다.

 

“대체 당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계속 아보카도가 생각나……”

 

아내가 털어놓았다.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아내가 덧붙였다.

 

“내 친구. 이름이 아보카도야. 우리는 카도라고 불러.”

 

“아보카도? 비건이 개한테 지어줄 것 같은 이름인데.”

 

“비건 맞아.”

 

아내가 웃었다.

 

그러더니 조용해졌다.

 

“……였어.”

 

“지난여름에 만났잖아. 기억 안 나? 바비큐 파티 때 친구 조이랑 같이 왔었어. 나 지난달에 그 사람을 봤는데……”

 

아, 맞다.

 

나는 아내보다 사교적인 편이 아니라 대학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몇 명 없는 편이다.

 

하지만 외향적인 아내는 친구 모임이 여러 개 있다.

 

음악 친구들, 직장 친구들, 예전 직장 친구들, 고등학교 친구들, 그리고 암벽등반 친구들.

 

마지막 그룹은 괴짜스럽고 자연 친화적인 성향의 사람들이라, 개에게는 사라나 피터 같은 이름을 지어주면서 자기 자신에게는 아보카도 같은 이름을 붙인다.

 

아내가 다시 말해주자 나도 카도가 기억났다.

 

키가 크고 마른 데다 사교적이었고, 집에서 술을 만드는 걸 무척 좋아했다.

 

내 기억으로는 바텐더로 일했던 것 같다.

 

아내의 친구들은 워낙 많아서 기억하기가 힘들지만, 카도는 내 눈에 띄었다.

 

내가 그 사람의 팔 전체를 뒤덮은 벌집 모양 문신을 멋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내가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온 뒤 평소와 달리 말이 없었던 것도 기억했다.

 

한참 뒤에야 아내는 친구들 중 한 명이 실종됐다고 털어놓았다.

 

아무도 그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몰랐다고 했다.

 

나는 충격을 받아 이것저것 물어보려 했지만 아내는 그 이야기를 피했다.

 

며칠이 지나자 생활은 다시 평소처럼 돌아가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카도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가 물었다.

 

아내는 계속 몸을 움찔거리며 아래를 바라봤다.

 

마치 소파와 바닥 사이의 틈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마침내 아내가 말했다.

 

“우리는 북쪽에 있는 바운더리 워터스로 가려고 했어……”

 

그들은 북쪽에 있는 바운더리 워터스로 여행을 갈 계획이었다.

 

5일 동안 카누를 타고, 하이킹을 하고, 캠핑을 하면서 자연과 다시 가까워지는 여행.

 

회계사인 태미, 가게 점원인 웬델, 스케줄 관리자인 압디, 부점장인 내 아내 유미, 그리고 바텐더인 카도.

 

모두 직장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한 여행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카도를 데리러 가기 전에 준비가 끝났는지 확인하려고 전화했을 때, 카도의 목소리는 몹시 지쳐 있었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여행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일본에서 뭔가를 가지고 돌아온 것 같아.”

 

카도가 말했다.

 

“뭐? 벌레 같은 거?”

 

아내가 물었다.

 

“응. 벌레 같은 거. 아마…… 잘 모르겠어. 벌레들이 바닥을 기어 다니는 소리가 들려. 나…… 틈을 전부 막아야 해.”

 

“돌아와서 하면 안 돼?”

 

아내는 당황스러웠다.

 

사교적인 바텐더였던 카도는 이번 여행의 주요 계획자이기도 했다.

 

출발 직전에 여행을 취소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아내가 계속 캐묻자 카도는 마침내 벌레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렇게 덧붙였다.

 

“유미, 네가 예민한 거 알아. 괜히 너까지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 알겠지?”

 

“그냥 무슨 일인지 말해!”

 

아내가 결국 소리쳤다.

 

“나…… 알겠어. 내가 거기 있었을 때 말이야. 내가 묵었던 집에서…… 누군가 살해됐어.”

 

“뭐?”

 

“나이 든 여자였어. 그 집에서 살해당했대. 사람들이 냉장고 뒤쪽 틈에 그 여자를 처박아 놓은 채 발견했어.”

 

“세상에……”

 

“그래. 그런데 집주인은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는 걸 알면서도 그 집을 빌려줬어. 내가 계속 뭔가를 보고, 듣고, 냄새까지 맡기 시작하고 나서야 알게 됐지. 마치 그 여자의 유령이 아직도 그 집 안을 떠돌고 있는 것처럼.”

 

카도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이상하게 들릴 거라는 건 아는데, 내가 일본에서 가지고 돌아온 게…… 그 여자라고 생각해.”

 

“계속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카도가 말했다.

 

“실제로 그 여자를 본 적은 없는데도…… 그 여자가 내가 숨어 있다고 생각하는 공간들, 그러니까 자기 시신이 처박혀 있던 곳 같은 틈에서 나를 엿보고 있다는 걸 알아.”

 

“그리고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어.”

 

“무슨 생각?”

 

“나…… 나도 모르게 계속 그런 생각을 하게 돼……”

 

카도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아내는 카도가 원래 미신을 믿는 사람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 여행에서 겪은 일이 카도에게 깊은 충격을 준 것은 분명했다.

 

아내는 차분하게 전화 통화를 이어가며, 집 밖으로 나와 친구들과 자연 속에서 물 위를 떠다니고 갈대에 둘러싸여 시간을 보내면 기분이 나아질 거라고 말했다.

 

카도도 동의하며 짐을 마저 싸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내와 친구들이 카도의 집에 도착했을 때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두 시간 동안 전화와 문자에도 아무런 답이 없자…… 결국 일행은 떠났다.

 

카도가 여행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 분명해 보였고, 일행은 여행을 계속했다.

 

이번 여행의 중심이었던 카도만 빠진 채로.

 

하지만 누구도 카누나 물, 갈대, 하늘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아내는 여행 내내 모든 것이 찝찝하고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여행이 끝난 뒤, 아내는 카도의 집에 한 번 더 가보기로 했다.

 

화분 하나에 숨겨져 있던 여분의 열쇠를 찾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카도의 매트리스가 바닥에 놓여 있었고, 침대 프레임은 쓸모없이 벽에 기대어 있었다.

 

서랍장과 벽 사이의 틈, 협탁과 침대 사이의 틈…… 모든 틈이 막혀 있었다.

 

옷으로.

 

종이 상자로.

 

종이뭉치로.

 

마치 끔찍한 조증 증세를 보이는 사람의 집 같았다.

 

게다가 더위 때문에 집 안은 찜통처럼 뜨거웠다.

 

그리고 파리가 있었다.

 

온 사방에 파리가 있었다.

 

방 안 곳곳을 윙윙거리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침실 문은 덕트 테이프로 봉해져 있었고, 그 위에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틈이 너무 많아」

 

아내는 그 문을 건드리지 않고 욕실을 살펴봤다.

 

주방도 살펴봤다.

 

쓰레기 주변에는 파리가 떼 지어 몰려 있었지만, 쓰레기가 파리의 근원은 아니었다.

 

아내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지하실이었다.

 

세탁실에 들어서는 순간, 역겨울 정도로 지독한 악취가 확 밀려왔다.

 

아내가 불을 켰다.

 

그리고 그때 그것을 봤다.

 

세탁기와 벽 사이의 틈.

 

필요 이상으로 넓은 틈이었다.

 

아마 15센티미터 정도는 됐을 것이다.

 

그 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칠흑 같은 어둠과, 그 안으로 무엇인가 기어 들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내는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 어둠 속에서 카도의 눈이 아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내는 비명을 질렀다.

 

카도의 몸은 틈에 끼어 있었다.

 

파리들이 입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고 있었고, 팔다리는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하지만 그 문신만큼은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다.

 

아내는 뒷걸음질 치다가 구토를 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

 

전화 연결을 기다리는 동안, 아내의 눈에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들어왔다.

 

아내는 지금도 자신이 분명히 봤다고 말한다.

 

카도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몸을 움직이며 어둠 속 더 깊은 곳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세탁기와 벽 사이의 틈 안쪽으로.

 

더 깊은 곳으로.

 

 

“……시체는 결국 발견되지 않았어.”

 

아내가 말했다.

 

“다들 내가 우리 친구가 저기서 썩어가는 모습을 봤다고 착각한 거라고 생각해. 그날 아침에 내가 먹은 브라우니 때문이었을 거라고 하더라.”

 

아내는 웃었지만 전혀 웃는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느낄 수 있어.”

 

“뭘?”

 

“카도가 나를 보고 있다는 걸.”

 

“틈에서 눈을 내밀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져.”

 

아내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계속 생각하게 돼……”

 

“무슨 생각을?”

 

아내는 고개를 저었다.

 

“혹시 그 집에 독성 물질 같은 게 있었던 건 아닐까?”

 

내가 말했다.

 

“일산화탄소가 너무 많이 나온다거나.”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귀신이 나온다고 하는 집들은 환각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 물질이 있는지 확인한다고 하더라고.”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문지르며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더니 발을 움찔하더니 다리를 소파 위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몸을 돌려 소파 등받이와 벽 사이를 바라봤다.

 

“여보…… 실종된 당신 친구는 우리 집에 없어.”

 

“장식장 밑에서 그 사람 눈을 봤어.”

 

“거긴 사람이 들어갈 만큼 공간이……”

 

“내가 그 사람 눈을 봤다고!”

 

아내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리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파 뒤의 틈을 막아버리겠다고 말하더니, 우리 둘이 이야기를 나눌 틈조차 주지 않고 방을 나갔다.

 

이제 아내는 우리 집 가구 대부분을 바꿔버렸다.

 

모든 가구가 바닥에 딱 붙어 있거나, 나무나 천을 덧대서 벽과 바닥에 빈틈없이 밀착되어 있다.

 

얼마 전에는 마침내 치료사를 만나보겠다고 했다.

 

나는 첫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아내를 기다리고 있다.

 

상담이 어땠는지 이야기해주기를 기다리면서.

 

나는 요즘 집을 깔끔하게 정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사이에 불필요한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먼지를 전부 치우는 건 쉽지 않다.

 

먼지는 아주 작은 틈으로도 너무 쉽게 들어간다.

 

그리고 얼마 전 청소를 하다가 장식장 아래쪽 나무판 하나가 느슨해진 것을 발견했다.

 

아마 청소기로 실수로 건드린 것 같다.

 

그런데 아내가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그 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상하다.

 

하지만 시야 한구석에서 벌어진 그 틈이 보이는 게 너무 싫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주변 시야 어딘가에서 자꾸만 기분 나쁜 느낌이 든다.

 

마치……

 

그 틈 사이에서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계속 생각하게 된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건 알고 있다.

 

그런데도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그 안으로 기어들어가면 어떤 기분일까.

 

본 콘텐츠는 Reddit에 작성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번역물로, 원작자(lets-split-up)의 동의를 받아 번역 및 편집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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