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냥 있었던 그대로 말해보려고 한다.
여자친구와 나는 같이 산 지 8개월 정도 됐다.
작은 집이다. 2층이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집.
처음에는 모든 게 평범했다.
정말 지루할 정도로 평범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소한 것들이… 이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섭다기보다는, 그냥 이상했다.
공포 영화에서 나올 법한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처음 시작된 건 여자친구의 가방이었다.
원래 여자친구는 집에 오면 가방을 아무 데나 툭 던져놓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가방을 현관문 바로 옆에 두기 시작했다.
지퍼까지 완전히 닫힌 채로.
마치 언제든 들고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내가 물었다.
“어디 가려고?”
그러자 여자친구는 말했다.
“아니. 내가 왜?”
그런데도 가방은 그대로였다.
며칠 동안이나.
현관문 바로 옆에.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
나는 원래 잠을 잘 못 잔다.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별것 아닌 공포가 하나 있다.
잠들어 있는 동안…
그냥 내가 숨 쉬는 걸 멈춰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다.
알고 있다.
멍청한 걱정이라는 거.
그런데 나는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여자친구에게 조차.
밤에 누워서 내 숨소리를 계속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이상해진다.
내가 정말 숨을 쉬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내가 의식적으로 억지로 숨을 쉬고 있는 건지,
구분할 수가 없어진다.
이런 느낌이 뭔지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어느 날 밤, 새벽 4시 12분 쯤이었다.
나는 갑자기 잠에서 깼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침대에 누워 있지 않았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발은 바닥에 내려놓은 채.
그리고 그냥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조금 놀라서 물었다.
“뭐 하는 거야?”
여자친구가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더니 잠시 후 덧붙였다.
“네가 이상한 소리를 했어.”
나는 물었다.
“무슨 소리?”
그녀가 말했다.
“마치… 네가 숨 쉬는 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숨 쉬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그게 무슨 말인지 물어보려 했지만, 여자친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다시 누웠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정말 나를 미치게 한다.
내가 한밤중에 갑자기 잠에서 깰 때마다,
여자친구의 눈은 이미 떠 있었다.
매번.
정말 매번.
눈을 뜨는 순간,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그러면 그녀는 잠깐 눈을 깜빡인다.
그리고 마치 방금 자기도 깨어난 것처럼 행동했다.
“괜찮아?”
그렇게 묻는다.
지난주에는 저녁을 먹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런 거 있잖아.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거.
‘언젠가 얘도 나한테 질려버리면 어떡하지?’
‘결국 나를 떠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반복되었다.
그때 여자친구가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내가 떠나야 한다면… 내가 먼저 말해주는 게 좋겠어?”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냥 뭘 볼지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물었다.
“떠나고 싶어?”
그녀는 대답했다.
“아니.”
그리고 잠시 후 말했다.
“그런데 만약 네가 떠나야 한다면, 내가 네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최근에 나는 커피를 다르게 타기 시작했다.
설탕은 넣지 않고,
우유를 많이 넣는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깨어 있으려고.
혼자 있을 때 그렇게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그 사실을 여자친구에게 말한 적이 없다.
어제 아침,
여자친구가 소파에 앉아 있던 나에게 커피를 가져다줬다.
설탕은 없었다.
우유는 많이 들어 있었다.
내가 혼자 있을 때 만들던 것과 정확히 똑같았다.
그녀는 내게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여기. 계속 깨어 있으려고 하는 거잖아.”
나는 어떻게 알았냐고 묻지 않았다.
오늘 밤,
여자친구가 평소보다 먼저 침대에 들어갔다.
그녀는 원래 절대 먼저 자러 가지 않는다.
항상 내가 잠들 때까지 기다린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침실 문을 열어둔 채로,
복도 불도 켜둔 채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침대에서 내게 말했다.
“자고 싶을 때 와.”
잠시 후 그녀가 다시 말했다.
“오늘 밤에는 안 잘게. 약속할게.”
현관문 옆에는 아직도 그녀의 가방이 놓여 있다.
나는 모르겠다.
내가 계속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밤새 나를 지켜보겠다고 방금 약속한 사람과 함께 침대에 누워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소파에 계속 앉아,
현관 앞에 놓인 그 가방만 바라보면서 생각해야 하는 건지.
저 가방이 대체 무엇을 위해 싸여 있는지.
그녀가 떠나기 위해 싸놓은 건지…
아니면,
나를 데려가기 위해 싸놓은 건지.




남자 친구가 죽기를 기다리고 있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