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 / 미스터리
<원제:If a stranger offers to pay your dinner bill, be careful when you leave your table.>
나는 미국 중서부의 한 식당에서 서버로 일하고 있다.
몇 주 전, 한 손님이 부스석에 나타났다.
내가 그녀를 ‘나타났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녀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출입문 위의 초인종 소리에 아주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다. 물론 그날 저녁은 꽤나 붐비는 시간이긴 했다.
나는 그녀에게 주문을 받으러 다가갔다.
그녀는 내게 등을 돌린 채 앉아 있었고, 곱슬머리를 옛날 영화에서나 볼 법한 스타일로 틀어 올리고 있었다. 뒤에서 봐서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아마 예순 정도로 보였던 것 같다. 그녀는 완벽하게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조각상처럼…
내가 부스 앞쪽으로 돌아가는 순간, 나는 숨을 헉 들이켰고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떨어뜨렸다.
그 여자는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
입술은 살짝 벌어져 있었다. 피부는 말라비틀어지고 쪼그라들어 있었다.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가슴에서는 아주 미세한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건 눈이었다. 눈을 깜빡이지도 않았고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으며, 눈구멍 안쪽으로 지나치게 깊숙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오, 하나님…”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때 여자의 머리가 돌아갔고, 그녀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커피 한 잔만 주세요.”
그녀의 눈이 깜빡였다.
죽은 건 아니었다.
“아, 네! 물론이죠! 어… 우유나 설탕은…”
“블랙으로.”
나는 서둘러 그녀의 커피를 가지러 갔다. 뒤를 돌아봤을 때 그녀는 다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계산할 시간이 되자 그녀는 50달러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나는 그녀가 커피 한 잔만 주문했기 때문에 거스름돈이 없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괜찮아요, 저기 저 친절한 가족의 식사비로 쓰면 되니까.”
그녀는 구석 부스에서 저녁을 먹고 있던 한 가족 쪽으로 아주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구석에 있던 그 가족은 단골이었다. 매주 일요일마다 아이들과 함께 이곳에 왔다. 부모는 이혼한 상태였다. 아이들은 아빠와 살고 있었고, 엄마는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 이 식당은 두 부모의 집 사이에 있는 길목에 있었고, 그들은 이곳에서 만나 다음 주 계획을 이야기하곤 했다. 그들은 항상 팁을 남겼고, 아이들은 나에게 그림을 그려주기도 했다.
“정말요?”
나는 노부인에게 말했다.
“정말 친절하시네요.”
노부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내가 그 가족에게 식사비가 이미 계산됐다고 알려주자, 그들은 아주 기뻐하며 놀라워했다. 누가 계산해 준 거냐고 물어서 나는 다른 부스에 있던 노부인이 해줬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들 중 한 명이 내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거기에 여자가 앉아 있는 걸 못 봤는데.”
이상했다.
노부인이 다시 나타난 것은 몇 주가 지난 뒤였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이번에도 문 위의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카운터를 닦고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가 거기 앉아 있었다. 똑같은 부스에. 조각상처럼. 말없이.
나는 주문을 받으러 다가갔다.
그 가족에 대해 물어봐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부인이 그들의 식사비를 내준 뒤 몇 주 동안 나는 그 가족을 보지 못했다. 이상했다. 그들은 매주 일요일마다 오고 있었는데, 그녀가 그들의 식사비를 계산해준 뒤부터 발길이 끊겼다.
부스에 가까이 다가가자 갑자기 여자가 숨을 들이켰다. 그 순간 나는 그때까지 그녀가 너무나 가만히 있어서, 아예 숨을 쉬고 있었는지도 확신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커피 주세요. 블랙으로.”
“네.”
그녀는 딱히 수다스러운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커피를 가져갔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해서 그 가족에 대해 물어볼 수 있을지 용기를 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문 위의 초인종이 울렸고 카를로스가 들어왔다.
카를로스는 내 사장의 친구로, 가끔 들러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는 햄버거를 주문했고, 우리는 그의 여자친구와 어떻게 지내는지,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의 남자친구와는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도대체 누가 누구와 사귀는 건지, 그의 엄청나게 복잡한 연애 관계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아무튼 그는 최근에 개 한 마리를 입양했다고 했다. 그는 식사를 하면서 나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카를로스, 못되게 말하려는 건 아닌데… 그거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개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말했다.
그가 웃었다.
“아무도 걔를 원하지 않았거든. 그래서 내가 데려왔어.”
“그건 네가 착한 거긴 한데, 그거 딱 봐도 광견병 걸린 것처럼 생겼는데.”
“옴.”
“뭐?”
“농담이야. 그래도 옴진드기는 있어.”
그는 자신이 그 개를 어떻게 구조했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부스에 있던 여자가 떠올랐다.
젠장, 그녀의 주문을 잊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그녀의 커피를 가져갔다. 커피를 내려놓으며 다른 건 필요 없냐고 묻자, 그녀는 20달러짜리 지폐를 내밀며 말했다.
“저 친절한 젊은이의 햄버거 값으로.”
그녀는 내가 가져다준 커피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정말 괜찮으세요? 왜 자꾸 계산을…”
라고 물어봤지만 그녀는 나를 무시했다.
“어이!”
카를로스가 외쳤다.
“누구랑 이야기하는 거야?”
“그 여자…”
내가 뒤를 돌아봤지만 그녀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무슨 여자? 여기에는 너랑 나밖에 없는데. 너 괜찮아? 혹시 취했거나 그런 거야?”
나는 손에 들린 돈을 바라봤다.
돈은 분명 진짜였다.
“햄버거는 서비스야.”
내가 그에게 말했다.
“진짜? 고마워!”
그는 마지막 한입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이 늦었다고 말했다. 새벽 1시에 대체 무슨 데이트를 하러 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카를로스였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문을 나섰다.
다음 날, 나는 그가 총에 맞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장님에게 들었다.
우리는 사장님의 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나는 카를로스가 데려온 옴진드기 있는 구조견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사장님의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졌다.
그는 어젯밤 카를로스가 술집으로 가는 길에 괴한들에게 습격당했다고 알려주었다. 카를로스는 강도들에게 맞서 싸우려고 했지만, 그들 중 한 명이 총을 가지고 있었다.
“머리에 총을 맞았어.”
그가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에…”
내가 말했다.
사장님은 카를로스가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목숨이 아주 위태로운 상태였다. 거의 확실하게 죽을 거라고 했다. 살아남는다 해도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진심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
불쌍한 카를로스.
불쌍한 그의 여자친구.
불쌍한 그의 옴진드기 있는 개.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혹시 노부인 때문이었을까?
매주 일요일마다 오다가 사라진 그 가족은?
그들에게도 혹시 불행이 닥친 걸까?
나는 다음에 노부인을 보게 된다면 그녀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다시는 그녀가 다음 손님의 계산을 대신 내게 두지 않을 것이다.
노부인은 바로 오늘 오후에 다시 돌아왔다.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사이였기 때문에 손님은 몇 명밖에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나는 그녀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한순간까지 나는 설거지를 정리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다음 순간 그녀가 그 부스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허리를 펴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움푹 들어간 눈이 나를 향했다. 나는 그녀를 볼 때마다 내가 죽음 그 자체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러더니 그녀는 갑자기 숨을 들이켰다. 마치 숨 쉬는 것을 기억해낸 사람처럼.
그리고 말했다.
“커피. 블랙. 그리고…”
나는 그 “그리고”라는 말에 놀랐다.
“…루트비어 플로트.”
그녀가 덧붙였다.
나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인 뒤 음료를 가지러 갔다. 그리고 식당 안을 둘러봤다.
손님이 있는 테이블은 세 곳뿐이었다. 노부부 한 쌍, 십 대 딸을 데리고 온 가족, 그리고 노트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여자였다.
원래라면 노부인에게 당장 음료를 가져다줘야 했지만, 나는 일부러 다른 손님들의 주문을 먼저 가져다주고 계산서까지 가져다주었다. 노부부는 계산을 했고 노트북을 사용하던 여자도 계산을 마쳤다.
이제 남은 건 그 가족뿐이었다. 그들은 아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노부인에게 가져다줄 커피와 루트비어 플로트를 준비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굳게 결심했다.
절대로 그녀가 누구의 계산도 대신 내게 하지 않겠다.
그녀는 내가 음료를 그녀 옆에 내려놓아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긴장한 채 그 가족이 식사를 거의 다 마칠 때까지 몇 분이 남았는지를 세고 있었다.
노부인이 헛기침을 했다.
나는 그녀를 무시하고 서둘러 가족에게 다가갔다.
“디저트 드시겠어요?”
그들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계산할 건지 물어본 뒤 재빨리 계산을 마쳤다.
그제야 나는 노부인의 부스로 돌아갔다.
그녀는 두 음료 모두 손도 대지 않았다.
그녀가 1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루트비어 플로트는 당신에게 주는 거예요.”
“아…”
나는 말했다.
그러자 팔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가 내가 루트비어 플로트를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아니요. 저는 손님에게 음료를 얻어먹을 수 없어요. 규정에 어긋나요.”
“제가 꼭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녀가 말했다.
“커피 값은 거스름돈을 가져다드릴게요.”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잠깐만요. 그냥 제가 전부 계산할게요.”
나는 재빨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10달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커피 값도 제가 낼게요. 주문을 너무 늦게 가져다드렸으니까, 커피는 서비스로 드릴게요.”
그녀가 얼굴을 찌푸렸다.
“당신에게 주어진 선물을 받아요.”
“싫어요. 제가 루트비어 플로트를 마시지도 않았지만 그 값은 제가 낼 수 있어요. 그리고 커피는 무료로 드릴게요.”
나는 그녀가 내놓은 10달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숨을 참은 채 종이처럼 바싹 마른 그녀의 손을 움켜잡고 지폐를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억지로 쑤셔 넣었다.
그녀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떠났다.
나는 그녀가 내 옆을 지나갈 때 뒤돌아보지 않았다. 문 위의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잠시 후 어깨 너머로 돌아봤을 때, 그곳에는 노부인의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안도감이 나를 휩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녁시간이 되었고 식당의 테이블이 가득 찼다.
나는 문 위의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들이었다.
우리 단골 가족이었다!
오늘은 일요일도 아니었고 나는 그들을 정말 오랫동안 보지 못했기 때문에 무척 놀랐다.
나는 그들이 늘 앉던 부스를 정리하고 그들을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주문을 받으러 다가가자 그동안 그들을 얼마나 못 봤는지 이야기했다.
“아, 그래. 꽤 정신없는 일이 있었지.”
아빠가 말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여기서 나간 다음에 같이 차를 타고 갔거든. 그때 비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차가 미끄러지면서 통제력을 잃었어…”
“당신이 통제력을 잃었지.”
엄마가 정정했다.
“그래, 내가 통제력을 잃었어. 내가 사지 말라고 했던 그 미니밴이었거든. 그런 차는 너무 쉽게 뒤집힌다고 했잖아. 그리고 실제로 그랬어. 차가 굴렀어. 그러니까,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차가 빙글 돌더니 그대로 가드레일을 넘어가서 뒤집힌 거야. 계속 굴렀고.”
“내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줄 알았어.”
아이 중 한 명이 말했다.
“…정말 끔찍한 일이었어. 그래서 한동안 여기에는 다시 올 수가 없었어.”
엄마가 말했다.
“다친 데는 없었어요?”
나는 놀라서 물었다.
“가벼운 부상뿐이었어. 경찰도 우리 모두 살아서 나온 게 정말 기적이라고 했어.”
엄마가 미소 지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다시 우리 단골손님들이 돌아와서 안도했다.
그들은 사고 때문에 한동안 이곳에 올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계속 오고 싶다고 해서 오늘 밤에는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고 했다.
나는 그들의 주문을 넣은 뒤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도 그들을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화기 너머의 사장님은 무척 기뻐하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좋은 소식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카를로스가 살아날 것 같아!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어. 이제 회복 단계에 들어갔대!”
“정말 잘됐네요!”
내가 말했다.
그 순간 뭔가 깨달았다.
나는 오늘 밤 근무가 끝난 뒤 바로 집에 가지 않고 이 모든 것을 적어 내려가고 있다.
계속 그 노부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뭐랄까, 죽음처럼 보였다.
아니면 어쩌면 죽음에 가까운 것처럼.
계속 생각나는 것이 있다.
카를로스가 머리에 총을 맞았다는 것.
그 단골 가족이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
그리고 그들 모두가 죽었어야 했는데 기적처럼 살아남았다는 것.
그리고 나는 내가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 나는 식당을 떠나는 것이 두렵다.
너무나 두렵다.
왜냐하면 나는 그녀가 내 음료 값을 대신 내게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지 않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