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속괴담/심리공포
👾 2ch
334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 1/7:2005/09/30(금) 11:21:32 ID:ItZOrWPy0
내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어린 시절, 나는 취미 삼아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들려주곤 했다.
“내가 만든 무서운 이야기인데, 한번 들어 볼래?”
언제나 이렇게 먼저 말해 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특히 할아버지는 내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셨다. 나는 그게 정말 기뻤다. 내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 주셨을 뿐만 아니라, 무서워해 주시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만든 이야기가 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방과 후 남자 화장실에서 칸막이 문을 두드리면 안쪽에서도 노크 소리가 돌아온다는, 흔하디흔한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는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퍼졌고, 소문은 학년 전체로, 나아가 학교 전체로 번져 나갔다.
“남자 화장실 앞에서 손짓하며 누군가를 부르는 남자아이를 봤어.”
이런 말을 하는 여자아이들까지 나타났다.
내가 뒤늦게 그 소문을 듣고 “그거 내가 지어낸 이야기야!”라고 말해 봤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소문은 그 후에도 사실인 것처럼 계속 퍼져 나갔다.
결국 그곳에서 담력 시험을 하겠다는 무리까지 생겨났다.
335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 2/7:2005/09/30(금) 11:22:49 ID:ItZOrWPy0
그 아이들이 담력 시험을 했을 때,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날 리 없었다.
그런데도 참가한 아이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안에서 노크 소리가 돌아왔어!”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그 이야기가 지어낸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이들이 나를 따돌릴까 봐 두려워서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만든 이야기가 정말로 현실이 되어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너무 무서웠던 나는 그 뒤로 더 이상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지 않았다.
그 소동이 있고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할아버지가 더는 무서운 이야기를 하지 않는 나에게 물으셨다.
“이제 무서운 이야기는 안 해 주는 거니?”
나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할아버지에게 털어놓으며 엉엉 울었다.
할아버지는 “그랬구나, 그랬구나” 하며 다정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 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336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 3/7:2005/09/30(금) 11:24:08 ID:ItZOrWPy0
“그건 말이다. 모두 네 이야기가 정말 무섭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네 이야기를 계기로 사람들이 제멋대로 무서운 것을 만들어 낸 거지.
무서운 이야기를 지어내며 즐기는 것 자체는 괜찮단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널리 퍼지고, 점점 더 무섭게 각색되거나 더 위험한 이야기로 바뀌어 간다면 어떻게 될까?
언젠가는 그 이야기를 알게 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그 이야기 속 모습으로 변해 정말로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이란다.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말이지.
‘두려움’은 인간이나 짐승이나 다 똑같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란다.
두려움은 보이지 않는 것마저 보이게 만들기도 하지. 그게 본능이니까.
그러니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무서운 것이 있다면 괜히 강한 척하지 말고 제대로 무서워하거라.
그리고 절대로 가까이 다가가지 마라.
그러면 정말 끔찍한 일을 당하는 것만은 피할 수 있을 거다.”
나는 할아버지도 그런 경험을 하신 적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여쭤봤다.
“할아버지도 무서운 일을 겪으신 적 있어요?”
그러자 뜻밖에도 할아버지의 무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337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 4/7:2005/09/30(금) 11:25:26 ID:ItZOrWPy0
“옛날에 할아버지는 네가 모르는 아주 먼 산속 마을에서 살았단다.
그곳에서 친구와 함께 산으로 담력 시험을 하러 간 적이 있었지.
그래, 할아버지가 요즘으로 치면 고등학생쯤 되었을 때였을 거다.
지장보살상이 줄지어 서 있었지만 친구도 함께 있었고, 전혀 무섭지 않았어.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친구가 갑자기 지장보살상을 한쪽 끝에서부터 모조리 쓰러뜨리기 시작하더구나.
‘하나도 안 무섭네. 재미없어.’
그러면서 말이지.
그때 할아버지는 처음으로 그곳에 있는 게 무서워졌단다. 왠지 지장보살상들이 나를 노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결국 친구를 내버려 둔 채 혼자 서둘러 도망쳐 왔지.
그런데 그 친구가 어떻게 됐을 것 같으냐?”
“죽었어요?”
“아니, 그게 말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친구는 멀쩡하게 돌아왔단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 뒤로 귀신이 무서워져서 친구들과 담력 시험을 하러 가는 일을 완전히 그만두었지.
그 친구는 그 후에도 몇 번이고 담력 시험을 한다며 신성한 신사에 몰래 들어가거나, 무덤 주변을 어슬렁거리거나, 지장보살상에 장난을 치는 등 온갖 짓을 하기 시작했단다.
주변 사람들도 질려서 그 친구를 상대해 주지 않게 되었지.
그러자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텐구(天狗,てん)를 봤다’는 말까지 하기 시작했어.
나한테는 ‘두고 봐. 소문을 퍼뜨려 줄 테니까’라며 웃더구나.”
338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 5/7:2005/09/30(금) 11:26:17 ID:ItZOrWPy0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가 갑자기 사라졌단다.
할아버지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이곳저곳 찾아다녔지.
그런데…… 산속에 있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친구가 죽은 채 발견됐어.
나무줄기에는 발을 걸쳐 디딜 수 있도록 깎아 놓은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지.
친구는 자기 힘으로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가 발을 헛디뎌 떨어진 거야. 참 어리석은 녀석이었지.
얘야, 세상에는 사람이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이 있단다.
그곳은 무서운 곳이지.
너에게는 장롱 위도 그런 곳이란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건 무섭지 않으냐? 바로 그런 거야.
할아버지의 친구는 어디가 무서운 곳인지 알아보지 못했던 거지.”
“무섭네요. 벌을 받은 걸까요?”
“아니, 진짜 무서운 건 지금부터란다.
친구가 죽은 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텐구(天狗,てん)를 봤다’고 말하기 시작했어.
할아버지는 ‘그건 친구가 지어낸 거짓말이야’라고 말했지만 소용없었지.
사람들은 ‘친구가 텐구(天狗,てん)의 노여움을 샀다’, ‘저주다’, ‘재앙이 내린 거다’라며 스스로 불안감을 키워 나갔단다.
밤새도록 불을 피워 놓고 망을 보는 일까지 벌어졌어.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마주치면 텐구(天狗,てん) 이야기를 했고, 마을 전체가 음산하고 우울한 분위기에 휩싸였지.”
339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 6/7:2005/09/30(금) 11:27:12 ID:ItZOrWPy0
“하필 그런 때에 몸이 아픈 사람도 생겼어. 마을에서는 다치는 일이 네 번이나 연달아 일어났단다.
별것 아닌 발목 염좌까지 사고로 세어 가며 말이지. 누가 봐도 사람들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어.
소문은 점점 더 부풀려져서 ‘텐구(天狗,てん)에게 제물을 바치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죽임을 당할 것이다’라는 끔찍한 이야기까지 나왔지.
그러더니 마침내 정말로 제물을 바치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단다.
친구가 죽은 건 나무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졌기 때문인데, 어느새 모든 일이 완전히 텐구(天狗,てん) 탓으로 돌려져 있었어.
마을 사람들 역시 사람이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에 발을 들이려 하고 있었던 거야.
그게 바로 사람의 목숨이란다.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는 없잖니.
할아버지는 텐구(天狗,てん) 보다도 마을 사람들 모두가 훨씬 더 무서웠어.
그래서 말이다. 할아버지는 그 마을에서 도망쳐 나왔단다……”
340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 7/7:2005/09/30(금) 11:28:00 ID:ItZOrWPy0
그 후에도 나는 할아버지에게 졸라서 그 이야기를 두 번쯤 더 들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건 절대로 비밀이다”라고 당부하셨고, 부모님이 계신 곳에서는 그 이야기를 절대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도 우리 집에는 아버지 쪽 본가가 없다.
부모님에게 들은 바로는 이랬다.
“농가의 둘째 아들이었던 할아버지가 지주의 딸이었던 할머니와 사랑의 도피를 해서 이곳으로 왔기 때문이야.”
나는 할아버지가 내게 들려주려고 무서운 이야기를 지어낸 게 아닐까 생각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 길고 긴 이야기를 마쳤을 때, 할아버지는 커다란 눈물을 뚝뚝 흘려 내 작은 손등 위에 떨어뜨리셨으니까.
지금 이 글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 같다.
긴 글 읽어 줘서 고마워.
’텐구(天狗, てんぐ): 일본 전설에 등장하는 요괴로, 산속에 살며 붉은 얼굴과 긴 코를 가진 모습으로 자주 묘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