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 / 미스터리
어느날부터 햄버거를 파는 작은 푸드 트럭이 우리 동네 길모퉁이에 나타났다. 마치 오랫동안 잊고 내버려 둔 빵에 곰팡이가 피어나는 것처럼, 소리 없이, 갑작스럽게, 그리고 내가 알아차리기만을 기다리며 원래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 같은 불쾌한 느낌과 함께.
푸드 트럭은 고장 난 가로등 아래에 자리 잡고 있었다. 기름때와 세월에 찌든 크롬 패널 위로 깜빡이는 간판이 매달려 있었다. 간판에는 *NIGHT GRILL*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글자들은 단순히 깜빡이는 게 아니라 경련이라도 일으키듯 꿈틀거렸다.
냄새는 어딘가 잘못되어 있었다. 머리로는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입안에 침이 고일 만큼 강렬한 냄새였다. 태운 기름과 양파, 오래된 연기, 그리고 그 밑바닥에 깔린 달콤한 무언가. 마치 햇볕에 달궈진 쇠에서 풍기는 냄새 같았다.
나는 그저 심야에 문을 여는 평범한 햄버거 가게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구역 관리 규정도 희망도 서서히 포기해 버린 동네라면 이런 가게 하나쯤 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런데도 어제 이곳에 이런 가게가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께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내가 가장 먼저 규칙들을 발견한 건 그것들이 푸드트럭의 유리창에 바로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값싼 종이에 인쇄된 규칙들은 지문과 기름때로 얼룩져 있었다. 각 문장은 굵은 검은색 글씨로 적혀 있었다.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듯이, 누군가 자신을 무시하는 데 지쳐 버렸다는 듯이.
푸드트럭 안에 있는 남자는 내가 다가가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양손을 철판 그릴 위에 올려놓은 채 완벽하게 가만히 서 있었다. 시선은 아래로 향해 있었고, 앞치마에는 음식물 얼룩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오래되어 보이는 어두운 자국들이 묻어 있었다.
규칙들은 안내문이라기보다는 사과문에 가까웠다. 자신이 곧 저지를 일이 용서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사람이 작성한 사과문 말이다.
규칙 1: 진열된 메뉴에서만 주문할 것. 변경을 요구하지 말 것.
나는 푸드트럭 옆에 비스듬히 걸려 있는 메뉴판을 바라보았다. 적혀 있는 메뉴는 단 세 가지였다. 클래식, 더블, 그리고 스트리트 스페셜.
가격도 없었고 설명도 없었다. 이름만 적혀 있었다. 규칙에 사용된 것과 똑같은 굵은 매직으로 쓰여 있었는데, 글자를 얼마나 세게 눌러 썼는지 메뉴판 표면이 움푹 파여 있을 정도였다.
그때 남자가 마침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는데 정작 나는 그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때 느끼는, 그 기묘한 불쾌감이 뱃속으로 툭 떨어졌다.
남자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피곤해서 그런 눈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너무 밝은 무언가를 바라본 사람처럼, 눈을 혹사한 흔적이 역력했다.
나는 가장 안전해 보이는 클래식을 주문했다. 그저 눈에 띄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자는 느리고 신중하게 한 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릴 쪽으로 돌아섰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즉시 터져 나왔다. 지나치게 크고 격렬한 소리였다. 고기가 뜨거운 철판에 닿는 순간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았다.
음식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면서 나는 다음 규칙을 읽었다.
규칙 2: 음식이 조리되는 동안 그릴을 지켜보지 말 것.
나는 그 문구를 보고 작게 웃었다. 텅 빈 거리에서 내 웃음소리는 가늘고 힘없이 울렸다.
하지만 규칙은 따랐다.
나는 금이 간 보도블록으로 시선을 내렸다. 오래된 기름 얼룩과 껌 자국을 따라 눈을 움직이며, 햄버거를 굽는 일이 대체 얼마나 잘못된 일이기에 이런 규칙까지 필요한 것인지 상상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다 얼룩들이 무작위로 생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들은 어떤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발과 무릎, 바닥에 납작하게 짚은 손의 윤곽 같았다.
누군가 그곳에 무릎을 꿇었던 것처럼.
누군가 그곳에서 무언가를 기다렸던 것처럼.
남자가 햄버거를 건네주었을 때, 그것은 이미 기름에 젖어 축축해진 종이에 싸여 있었다. 손바닥이 살짝 데일 정도로 따뜻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햄버거를 내 앞으로 밀어 놓았다.
나는 포장지를 풀어 볼 생각조차 하기 전에 다음 규칙을 읽었다.
규칙 3: 한 입도 먹지 않은 채 떠나지 말 것.
갑자기 거리가 조용해졌다.
평소 들리던 멀리서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는 사라졌다. 대신 두꺼운 솜으로 귀를 틀어막은 것 같은 묵직한 정적이 밀려왔다.
나는 햄버거의 포장지를 벗겼다.
완벽해 보였다.
너무나 완벽했다.
빵은 윤기가 흘렀고 흠집 하나 없이 온전했다. 가장자리가 삐뚤어진 곳도 없었다. 패티는 두툼하고 짙은 갈색이었으며, 그 아래로 육즙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냄새 때문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나는 한 입 베어 물었다.
지금까지 먹어 본 햄버거 중 가장 맛있었다.
그 사실이 다른 무엇보다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풍미는 압도적일 만큼 진하고 풍부했다. 여러 겹으로 쌓인 맛이 입안에서 어우러졌다. 평소 먹던 패스트푸드가 잔인한 농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 맛에는 깊이가 있었다.
기억이 담겨 있었다.
여름날의 바비큐 파티, 늦은 밤의 풍경, 단순히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을 넘어서는 허기까지 느껴졌다.
짧지만 끔찍한 순간, 나는 누군가가 나를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음식을 삼키자 따뜻함이 돌멩이처럼 뱃속에 가라앉았다.
규칙 4: 누군가 네 이름을 부르더라도 대답하지 말 것.
나는 그 남자에게 내 이름을 알려 준 기억이 없었다.
이 거리에서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기억도 없었다.
마치 내 생각에 응답이라도 하듯, 푸드트럭 뒤편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드럽고 낯익은 목소리였다.
어린 시절, 내가 잠든 줄 알고 어머니가 나를 부르던 바로 그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목이 바짝 조여 왔다.
그릴 뒤에 서 있던 남자는 이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크게 뜬 채, 제발 대답하지 말라고 말없이 애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작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러자 목소리는 점차 희미해지더니, 전파가 끊기는 라디오처럼 낮은 웅얼거림으로 변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햄버거를 한 입 더 베어 물었다.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햄버거는 어느새 가벼워져 있었다. 들고 있기도 한결 편해졌다.
그 순간 나는 소스라치게 깨달았다.
나는 다시 배가 고파져 있었다.
단순히 음식을 더 먹고 싶은 게 아니었다.
가슴을 아프게 만들면서도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른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었다.
규칙 5: 음식을 다른 사람과 나누어 먹지 말 것.
그때 빛이 닿는 경계선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푸드트럭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 바로 바깥쪽이었다.
여자였다.
몸은 야위고 창백했으며, 입고 있는 옷은 마치 다른 사람의 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몸에 맞지 않게 축 늘어져 있었다.
여자는 고통에 가까운 집착이 느껴질 정도로 내 햄버거를 바라보았다.
“제발요.”
여자가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한 입만 주세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불쌍해서가 아니었다. 무서웠기 때문이다.
여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분노 때문이 아니었다.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여자는 다시 어둠 속으로 물러났다.
그녀가 사라진 뒤에도 한참 동안 무언가를 씹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규칙은 종이 맨 아래쪽에 적혀 있었다. 종이 한쪽 귀퉁이만 겨우 붙어 있었고, 느껴지지도 않는 바람에 팔랑거리고 있었다.
규칙 6: 음식을 다 먹으면 곧장 집으로 돌아갈 것. 절대 뒤돌아보지 말 것. 배가 부르더라도 계속 먹을 것.
나는 배가 아픈데도 햄버거를 끝까지 먹었다.
손이 떨리고 시야가 흐려지는데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한 입까지 먹어 치우자 남자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번졌다. 마치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 직전에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사람처럼.
나는 몸을 돌려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걸음은 무거웠다. 몸은 따뜻했고, 불편할 정도로 배가 부른데도 묘하게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집으로 가는 길의 절반쯤 왔을 때였다.
뒤쪽에서 그릴이 다시 지글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컸다.
더 굶주린 소리였다.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모르는 번호로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뭘 주문했어?
메시지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아직 거기 있어?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뱃속에서는 여전히 꼬르륵 소리가 났다.
깊고 텅 빈 소리였다.
나는 점점 커지는 공포 속에서 깨달았다.
아무리 배가 부르더라도……
나는 아직 먹는 일을 끝내지 못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