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3월 14일 밤, 부모님의 결혼 20주년 기념일 밤에 시작되었습니다.
기억에 따르면 그날은 놀랍도록 따뜻하고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인데도 날씨가 꽤 포근했죠.
아름다운 날씨는 이날의 분위기와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결혼 20주년은 분명 기념비적인 날이니, 부모님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자리를 예약하셨습니다.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저는 가장 좋은 정장을 입습니다. 시간이 5시 33분쯤 되었을 때, 넥타이를 매고 있을때쯤 제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렸습니다.
문자가 온 겁니다.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문자를 거의 받지 않거든요. 확인해 보니 엄마에게서 온 메시지였습니다.
숫자와 문자들이 뒤섞인 내용이었지만, 그 혼란스러운 문자 속에서 분명히 읽을 수 있는 문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도와줘.”
이 문자를 보고 엄청나게 걱정이 되었습니다.
곧바로 “괜찮으세요?”라고 답장을 보냈죠.
그러자 즉시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아이고, 잘못 보냈어!”라고요.
저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시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분 후, 이번엔 아빠에게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확인해 보니, 이번에도 숫자와 문자가 뒤섞인 상태였고, 그 안에 “도와줘”라는 문구가 숨어 있었습니다.
기분이 섬뜩하긴 했지만, 아빠는 워낙 장난이 심한 분이라
그냥 또 장난치시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곧 “아이고, 잘못 보냈어!”라는 메시지가 또 왔습니다.
이때부터는 순식간에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정확히 30초가 지난 후, 똑같은 두 메시지가 이번엔 여동생에게서 왔습니다.
이건 우연일 리가 없었습니다.
절대 그럴 리가요.
갑자기 공포감과 함께 불안감 속에서 저는 레스토랑으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가지 못해 경찰관이 저를 막아섰습니다.
“큰 사고가 나서 주요 도로가 막혔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큰 교통사고가 났다고 했습니다.
바로 그 순간 저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습니다.
사고 현장을 보고 싶다고 강력히 요청했더니 뜻밖에도 허락해 주더군요.
현장에 도착했을 때, 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부서진 차의 잔해도 아니었고, 차량에서 솟아오르는 거대한 불길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목격한 것은 제 어머니, 아버지, 여동생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사망 추정 시간을 물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사고로 즉사했으며…….
그 시간은 5시 32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