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여동생과 둘이서 빈집을 지키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순간부터 엄마가 없다는 사실에 여동생이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동생을 위해 재미있는 비디오라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우리 집에는 애니메이션이등의 비디오가 많이 있어서 여동생이 좋아할 만한 것이 없을까 찾고 있었는데 유독 눈에 띄는 노란색 비디오 테이프가 있었다.
“키즈 OOO 아일랜드”인지 “OOO 드림월드”였는지 아무튼 한눈에 유아용임을 알 수 있는 서체와 제목이 라벨에 적혀 있었다.
이것으로 하자고 생각하고 서둘러 비디오 데크에 테이프를 넣고 재생했다.
온몸이 노랗고 복슬복슬한 머리에 알록달록한 뿔 같은 것이 돋아 있는 코가 긴 마스코트 캐릭터의 인형옷과 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5, 6명의 아이들이 유쾌한 노래를 부르거나 경쾌한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사이사이에 애니메이션등도 등장을 했다.
NHK에서 할 것 같은 전형적인 정서교육 비디오였다.
예상대로 여동생은 울음을 그치고 비디오에 열중하게 되었다.
30분도 지나지 않아 비디오는 엔딩에 접어들어 느긋한 엔딩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텔레비전 앞에 있는 여러분! 오늘은 이 비디오를 끝까지 봐줘서 고마워요! 또 어디선가 만나요! 바이바이!”
“바이바이!!”
생글생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마스코트 캐릭터와 아이들. …
그러더니 갑자기 일시정지한 것처럼 영상이 딱 멈췄다.
그대로 화면이 컬러에서 흑백으로 천천히 변해간다.
삐–라는 무기질적인 신호음과 함께 하얀 글자의 자막이 화면 가득히 찍혔다.
알 림 본 비디오 프로그램의 출연자는 현재 모두 사망하셨습니다.
이 비디오 프로그램의 내용, 출연자에 관한 질문 등은 일체 받지 않습니다.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멍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는 여동생.
나는 기분이 나빠져 비디오를 정지시키고 데크에서 꺼내 다시는 보지 않도록 선반 깊숙한 곳에 던져 넣었다.
이것이 내가 어렸을 때 경험한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내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유아용 비디오에서 그런 의미불명의 음침한 자막을 내보낼 이유는 없고.
그러니 그건 잘못 봤거나 기억의 혼동이거나 뭐 그런 거다.
그렇다고 해도 만약이라는 것도 있을 수 있고. 확인하려고 해도 집에 있던 VHS들은 모두 옛날에 처분해 버려서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인터넷에서 비슷한 것이 없는지 한가할 때 가끔 찾아보곤 하지만 역시 찾지 못했다.
비디오 제목을 정확히 기억해 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른이 된 지금도 찜찜하다.